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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시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반지원

반지원 / 작가

잠재몽은 그 자체로는 현성하지 않지만, 현실에서 상영될 수 있는 발현몽의 형태로 압축되고 치환되어 기억할 수 있는 꿈으로 등장한다. 인간의 무의식 저변을 형성하는 욕망과 감정들은 한때 과거의 시간을 차지한 사건에서 경험된 것으로 엄연히 현실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억압된 욕망과 감정이 투영된 현실이 경과된 미래에서 드러날 때, 그 자리엔 이전의 사태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형상물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모습으로 존재 가능했던 실체들은 단지 과거의 시간에서 현재의 시간으로 이동해왔다는 시차만 있을 뿐이지만, 불쑥 찾아온 불청객의 모습처럼 유례 없이 일그러지고 왜곡되어 이질감이 일으키는 혐오와 공포심을 불러온다. 침잠해있는 내면의 것에 도달하려 하는 의지는 화가의 욕망이기도 하다. 추상회화를 통해 깊은 곳에 가라앉은 내면을 탐색하는 시도는 곧 프로이트의 무의식이론을 계기로 하여 무의식적 욕망의 경험을 다루는 초현실주의의 태동에 힘을 실었다. 무의식은 잠재몽과 같이 그 자체로는 형상화될 수 없지만, 초현실주의 화가들은 자동기술법이나 꿈의 표현을 통해 발현몽이라고도 할 수 있는 몽환적인 세계를 화폭에 담고자 했다. 그중에서도 르네 마그리트와 살바도르 달리는 추상화된 표현양식을 거부하고 무의식의 단서가 될 만한 현실의 오브제를 통해서 꿈의 세계를 통과하는 문을 생생하게 환기하려 했다. 눈앞에 보이고 만져지는 물리적인 실제는 이 순간에도 물러지며 사라져간다. 살바도르 달리의 시간은 햇빛에 녹는 까망베르 치즈처럼 흐물흐물하게 녹는다. 물렁거리고 흐물거리는 시간은 수프처럼 서로 섞이면서 무정형적이고 괴악스런 대상으로 변해간다. 현재의 시간에서 멀어진 실제를 더는 알아보거나 분간할 수 없을 때 비로소 그 시간은 무의식이 된다. 그리하여 가장 현실적인 존재는 가장 비현실적인 존재가 된다. 지나간 현실은 눈에 드러나지 않는 역사의 지층이 되고, 미래가 맞이할 현실은 죽은 현실의 시체 위에 서 있고, 우리의 미래는 형체를, 기억을, 현실성을 지운 지금의 흔적을 어딘가에 감춘 채 여전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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